누군가에게 한 사람은 한 세상이다. 유영만 교수의 <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

 

살아가는 데 있어 사람과의 관계는 늘 어려운 것 같다. 어느 날은 누군가에게 상처받고 또 어느 날은 위로받는다. 상처받는 일을 반복하면서도 절대 끊을 수 없는 타인과의 관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더욱 좁고 편협해지는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해주는 유영만 교수의 <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를 읽고 인간관계에 관한 책 중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이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나라는 존재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졌다는 교수님의 깊은 혜안에 감동받았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사람은 피해야 하는 지 알려주기도 하지만, 결국 나 스스로도 누군가의 한 세상임을 깨닫고 성찰하는 삶을 지향해야 한다고 따뜻하게 말해준다. 나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이 세상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되새겨 볼 수 있는, 또 나 자신도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멋진 책이다. 

 

글 속에 나오는 작가님의 표현법이 너무 멋져 다 적어놓느라 힘들 정도였다. 이 에세이가 브런치에서 62만뷰를 기록하며 인기가 있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누군가에게 한 사람은 한 세상이다
지금까지 내가 만난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건과 사고를 경험하면서 고유한 자기 정체성을 갖고 살아온 사람입니다. 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으며, 누구를 만나 어떤 인간적 자극을 받고 살아왔는지, 어떤 체험과 각성을 통해 자신을 부단히 재탄생시키며 살아왔는지를 편견 없이 알아내는 일입니다.

이해는 자신에게 유리한 입장에서 이기적으로 해법을 찾아보려는 발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완벽한 이해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꿈입니다

 

이제껏 타인의 한쪽 면만을 보고 그를 이해한다고 섣부르게 판단하고 재고 단정 지었던 건 아닌지, 나를 스쳐갔던 수많은 이들에게 ‘널 이해해’라고 말하며 착한 척, 자만심이 깔린 말로 상처를 주었던 것 아니었을까 부끄러워지는 대목이다.

 

사람의 성장은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과의 부단한 접속에서 이루어집니다. 꽃이 뿌리에서 물을 끌어올려 저마다의 빛깔로 피어나듯, 사람도 저마다의 생각의 씨앗을 다양한 사람을 매개로 피워내면서 인간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 갑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내 곁에 두고자 하는 것은 이기심의 발로입니다. 상대를 좋아하는 이타심으로 시작한 만남이지만 그 근원에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애쓰는 이기심이 숨어있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려는 이유의 근원에는 나도 사랑받고 행복해지려는 이기심이 있습니다.

 

 

지금 내가 가진 생각은 내가 살아오면서 겪은 직간접적인 체험이 역사적으로 축적되어 생긴 산물입니다. 생각은 그래서 역사성을 띱니다. 내 생각을 만들었던 그 당시의 상황이 지금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의 내 생각은 지금 여기에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다를 것이고, 오늘의 나는 다시 내일의 다른 나로 변신을 거듭할 것입니다. 그러니 한 가지 기준으로 한 사람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은 폭력이고 횡포일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는 인간관계에 대한 부분도 다뤄졌지만, 일명 ‘뭔가 다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를 찬찬히 보면서 타성에 젖지 않고 지금의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기도 한다. 공부를 계속해야만 하는 이유, 운동은 왜 해야지 매일 결심하면서 실천하지 못하는지, 미래를 위해 현재를 담보 잡혀 사는 건 아닌지, 하루하루 그날이 그날인 것처럼 밋밋하게 살아가는 건 아닌지 돌아보고 반성하게 해준다.

 

공부는 일종의 지적 호흡입니다. 호흡을 멈추면 생명체가 죽음을 맞이하듯 지적 호흡을 멈추면 정신적 성장도 거기서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공부를 멈춘 사람이 위험한 이유는 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에 접속해본 경험이 부족하다는 데 있습니다.

 

 

운동을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는 운동을 시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기 합리화로 다시 운동을 미룹니다. 운동에 대한 결심은 이제 결심공판으로 넘어갔습니다.

밥 먹듯이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는 하고 싶은 일을 열정적으로 하면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입니다. 어떤 일을 해보고 싶지만 과감하게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건강한 몸에서 나오는 힘과 열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매너리즘에 빠진 직장인은 어제 했던 방식을 늘 반복합니다. 장인은 아침에 한걸음이라도 빨리 가서 이제까지 했던 방식과 다르게 시도해보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이에 반해 직장인은 출근길이 고통스럽습니다. 물음표가 아니라 마침표가 줄을 이어갑니다.

 

 

끊임없이 도전을 하는 사람은 누구도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자기만의 체험적 스토리를 갖고 있습니다. 스토리는 도전을 해야 나옵니다. 어제와 다른 삶을 살아가면서 겪은 파란만장한 한 사람의 이야기가 축적되면 역사가 되고, 역사가 축적되면 길이 생깁니다. 스토리가 풍부한 사람은 그만큼 역동적인 삶을 살아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지나온 과거의 추억도 풍부합니다. 과거가 풍부하면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힘도 강력해집니다.

 

 

고생 끝에 달콤한 미래가 온다는 고진감래는 더 이상 우리가 추구할 가치가 아닙니다. 고생 끝에는 신경통이나 관절염과 같은 질병만 생길 뿐입니다. 사소한 일상에서 위대한 비상을 꿈꾸는 사람만이 근거 없는 망상과 몽상에서 벗어나 미래를 바꾸는 상상력의 텃밭을 가꿉니다. 

 

 

땀과 침의 차이는 결국 열정과 열광의 차이입니다. 열정은 내 일에 몰입하는 것이고, 열광은 남의 일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땀은 수고와 정성에서 나오고 침은 시기와 질투로 인해 흐릅니다.

 

 

사랑은 혼자 할 수 없습니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든 누군가 나를 사랑하든 사랑은 관계 사이로 흐르는 윤활유입니다. 

장미꽃과 안개꽃이 오래가는 관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안개꽃에게 고마워하는 장미꽃의 겸손함이 필요합니다. 장미꽃의 화려함에서 사랑을 확인하기보다 기꺼이 배경이 되어주는 안개꽃에서 사랑의 본질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를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하며 고운 색감으로 물들며 살아야겠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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