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미쁘동 연남본점, 디테일에 반한 맛있는 한 끼 강추

연말 모임으로 보고 싶었던 지인들과 홍대에서 만났어요. 홍대에서 뭐 먹을까 고민하다가 우연히 들르게 된 곳, 바로 미쁘동 연남본점이에요. 연남동 골목을 걷다 보면 자칫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데, 외관부터 꽤 감각적인 분위기라 눈길을 끌더라고요.

뭔가 미니멀하고 정돈된 느낌이랄까요. 내부 인테리어도 너무 예뻐서 들어서자마자 기분이 좋아졌어요. 맞은편 건물까지 함께 사용하는 구조라 공간도 넉넉한 편이었고요.

테이블에 앉으면 QR코드로 주문하는 방식이라 요즘 같은 시대엔 참 편리하죠. 종업원을 부르지 않아도 돼서 조용히 식사하고 싶은 분들에게도 딱이에요. 메뉴는 사진과 함께 설명이 잘 되어 있어서 고르기 어렵지 않았고, 결정장애 있는 사람한테도 친절한 시스템이랄까요.

저희는 방어회 덮밥, 제이타쿠동, 미쁘소바 이렇게 세 가지를 주문했어요. 종류별로 다양하게 시켜봤는데, 각각의 개성이 확실해서 골고루 맛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먼저 방어회 덮밥.

큼직하게 썰린 방어회가 넉넉하게 올라가 있는데, 고소하고 부드럽게 입 안에서 녹는 느낌이 정말 좋았어요. 회 특유의 비린 맛이 거의 없어서 평소에 회를 자주 먹지 않는 친구도 잘 먹더라고요. 밥도 간이 적당하게 되어 있어서 회랑 잘 어울렸고, 반찬 구성도 깔끔하게 나와서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좋았어요.

방어회 먹고 싶었던 터라 더 좋았어요.
고소한 참깨소스에 찍어먹으니 낮술 맥주가 술술 들어가더라구요.

제이타쿠동은 이 집의 시그니처 같은 느낌인데요, 비주얼부터 굉장히 화려해요. 우니, 연어알 등 다양한 해산물이 올라가 있어서 한 입 먹을 때마다 맛이 달라요. 짭조름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아주 만족스러웠고, 재료 하나하나의 신선도가 높아서 해산물 좋아하는 분들에겐 강추하고 싶은 메뉴였어요.

제이타쿠동은 육회를 함께줘요. 이것도 꽤 맛있었어요.

미쁘소바는 제가 따뜻한 소바인 줄 알고 시켰는데, 알고 보니 냉으로 나와서 당황했어요. 근데 국물 맛이 진짜 괜찮았어요. 가쓰오부시 향이 은은하게 퍼지면서도 깔끔한 국물이라, 의외로 겨울에 먹기에도 부담 없더라고요. 다음번엔 따뜻한 걸로 다시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면도 탱글하게 잘 삶아져 있었고, 양도 적지 않아서 가볍게 한 끼 하기 좋았어요.

큼지막한 새우 튀김도 탱글탱글 맛있습니다.

이곳이 좋았던 건 음식 맛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느껴지는 디테일이었어요. 각 메뉴마다 어떻게 먹으면 좋은지 간단한 레시피 카드를 주는 게 인상 깊었고요, 혼자 온 손님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또, 비 오는 날을 대비해서 입구에 우산과 더운날을 위한 선풍기까지 준비되어 있더라고요. 사장님의 세심한 마음이 느껴졌어요. 매장 인테리어도 인공적인 조화가 아니라 생화를 활용해서 꾸며져 있어서 훨씬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고요. 화장실에는 향초를 피워두는 센스까지! 이런 작고 사소한 부분들이 참 좋았어요.

직원분들도 모두 젊은 친구들이었는데, 친절하게 응대해주시고 눈치 빠르게 테이블 상황도 체크해줘서 기분 좋게 식사할 수 있었어요. 손님이 꽤 있었는데도 매장 전체가 정신없는 분위기가 아니라 차분하면서 정돈된 느낌이었고요. 조용히 식사하고 싶은 날에 딱 어울리는 곳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