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나누는 계절_가을

연휴 마지막 날 밤이었어요.
현관문 앞에 비닐봉지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더라고요.

이게 뭐지? 누군가 잘못 둔 건가 싶었죠.
잘못 둔 거라면 곧 찾으러 오겠지 싶어, 그냥 두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지인이 시골에서 돌아오는 길에
우리 집 앞에 살짝 두고 간 것이었습니다.
5층까지 올라왔지만 늦은 시간이라
초인종도 누르지 않고, 조용히 물건만 두고 갔더라고요.


비닐봉지 안에는 갓 수확한 햇고구마, 햇밤,
그리고 직접 짜낸 고소한 참기름 한 병이 들어 있었습니다.

시골에서 올라오느라 힘들었을텐데
그 와중에 우리를 챙긴 마음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조용한 배려가 말이지요.

누군가의 작은 배려가 이렇게 큰 위로가 될 줄
새삼스레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어요.

연휴가 끝나서 아쉽던 마음도
그 고마운 마음 덕분에
참 따뜻하게 채워졌네요.

오늘 저녁엔 밤과 고구마 삶아서
동생 생각하면서 먹으려고요.

누군가를 떠올리게 되는 계절
그게 바로 가을 아닐까 싶어요.

제게 가을은 엄마가 영원히 떠난 날이라
명절 전부터 마음이 싱숭생숭 했어요.
청개구리같던 제 철없던 행동들이 사무치게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하구요.

그럼에도 그저 묵묵히, 조용히
전해진 진심 하나가
위로가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오늘,
작은 고마움 하나 전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따뜻한 마음은 말보다 더 조용하게, 더 멀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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