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마트에서 쯔유, 시라다시, 미림을 나란히 보면 셋 다 국물이나 조림에 넣는 양념처럼 보여요. 고를 때는 쯔유는 간장색의 다시 양념, 시라다시는 색을 옅게 내는 다시 양념, 미림은 단맛과 윤기를 더하는 술이라고 구분하면 편합니다. 면 국물을 쉽게 만들고 싶다면 쯔유, 달걀말이나 맑은 국의 색을 살리고 싶다면 시라다시, 생선·고기 조림에 단맛을 보태려면 미림을 살펴보세요.

마트 진열대에서 헷갈렸던 양념들
일본 생활을 막 시작했을 때 슈퍼에서 양념을 고르는 일이 꽤 당황스러웠어요. 간장과 소금은 알아보겠는데, 쯔유와 미림, 요리술까지 한꺼번에 놓이니 무엇을 사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2015년에 쓴 일본 조미료 글에도 그때 하나씩 써 보며 익혔던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그 글에서는 쯔유를 우동과 나베에, 미림을 생선 요리와 조림에 쓴다고 짧게 적었어요. 시간이 지나 다시 읽으니 그 사이에 놓인 질문이 보입니다. 쯔유도 다시 맛이 나고 시라다시도 다시 맛이 나는데, 왜 두 병을 따로 팔까?
쯔유와 시라다시는 색과 양념의 방향이 달라요
쯔유(つゆ), 특히 멘쯔유(めんつゆ)는 간장에 다시와 단맛을 더한 제품이에요. 소바나 우동을 찍거나 부어 먹는 국물을 만들기 쉽고, 조림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간장 맛과 갈색이 어느 정도 드러나도 좋은 음식에 어울려요. 다만 모든 쯔유가 같은 맛은 아닙니다. 가쓰오 향이 두드러진 것도, 단맛이 강한 것도 있어요.
시라다시(白だし)도 이미 다시와 간이 들어간 양념이에요. 다만 색이 옅은 간장 등을 사용해 음식의 색을 비교적 밝게 남기도록 만든 제품이 많습니다. 달걀말이, 맑은 국, 연한 색의 우동 국물에 쓸 때 차이가 눈에 보여요. 시라다시는 맹물 같은 육수가 아닙니다. 옅은 색 때문에 간도 약하리라 생각하고 많이 부으면 짜질 수 있어요.
우스쿠치쇼유(薄口醤油)와 시라다시도 같은 병이 아니에요. 우스쿠치쇼유는 색이 옅은 간장이고, 시라다시는 다시와 다른 양념을 섞은 조미액입니다. 우스쿠치는 이름과 달리 보통의 진한 색 간장보다 소금기가 높은 편이에요. 예전 글에서 둘을 나란히 ‘국간장처럼 쓰는 것’으로 적었지만, 장을 볼 때는 라벨의 しょうゆ와 白だし를 구분해서 보는 게 정확합니다. 일본에서 음식의 색을 살리는 조리에 옅은 간장을 써 온 배경도 이 차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돼요.
미림은 국물 양념보다 단맛을 더하는 재료예요
미림(みりん) 가운데 本みりん(혼미린)은 쌀과 쌀누룩 등으로 만든 술이에요. 요리에 은근한 단맛과 윤기를 더해 생선 조림이나 데리야키 같은 양념에 씁니다. 쯔유·시라다시처럼 다시 맛과 짠맛까지 한 번에 내는 병은 아니에요. 조림에 미림만 넣었다고 간장이나 다시를 넣은 맛이 되지는 않습니다.
옆에 놓인 みりん風調味料(미림풍 조미료)는 이름이 비슷하지만 알코올 함량과 조리 효과가 달라요. 또 料理酒(요리슈·요리술)은 단맛을 내기보다 술의 향과 감칠맛을 요리에 쓰는 쪽입니다. 요리술이나 미림 타입 발효 조미료에는 소금이 들어간 제품도 있으니, 한식 레시피에 그대로 바꿔 넣기 전 원재료명을 확인해 보세요. 제가 예전 글에서 미림과 요리술을 함께 썼다고 한 것도 두 병의 역할이 같다는 뜻은 아니었어요.
한 병만 산다면 무엇을 만들지 먼저 생각해요
집에서 소바·우동을 자주 먹고 조림에도 두루 쓰고 싶다면 쯔유가 먼저 손이 갈 수 있어요. 달걀말이나 맑은 국처럼 재료의 색이 보이는 음식을 자주 만든다면 시라다시가 더 맞을 수 있고요. 이미 간장과 다시가 있고 조림의 단맛을 조절하고 싶다면 미림을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셋 중 어느 하나가 다른 둘을 완전히 대신하지는 않아요.
병을 집었다면 앞면의 ストレート(바로 쓰는 타입) 또는 濃縮(농축), 뒷면의 희석 비율을 확인하세요. 같은 쯔유라도 2배·3배·4배 농축 제품은 넣을 물의 양이 다르고, 찍어 먹는 국물과 부어 먹는 국물의 비율도 달라집니다. 시라다시 역시 제품과 요리에 따라 희석법이 달라요. 처음부터 큰술로 많이 붓기보다 라벨의 해당 요리 비율로 시작해 맛을 조절하면 됩니다.
마트에서 여러 병의 이름을 외우기보다 만들 음식을 먼저 정하면 고르기가 한결 쉬워집니다. 소바 국물인지, 색을 살릴 달걀말이인지, 달짝지근한 조림인지에 따라 필요한 병이 달라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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