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라멘 종류와 맛 차이, 쇼유·시오·미소·돈코츠 고르는 법

일본 라멘 이름은 한 가지 기준으로 붙지 않아요. 쇼유·시오·미소는 국물의 간을 만드는 양념을, 돈코츠·토리파이탄은 육수의 재료와 끓인 모습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돈코츠 쇼유나 토리파이탄 시오처럼 두 이름이 함께 붙어도 이상하지 않아요.

가볍고 깔끔한 국물을 원하면 맑은 육수의 쇼유나 시오, 구수하고 진한 맛을 원하면 미소, 뽀얗고 묵직한 국물을 좋아하면 돈코츠나 토리파이탄부터 살펴보세요. 면의 쫄깃함을 오래 즐기고 싶다면 츠케멘, 국물 없이 양념과 면을 비벼 먹고 싶다면 아부라소바가 잘 맞습니다.

나무 식탁 위에 맑은 갈색 쇼유, 옅고 투명한 시오, 구수한 미소, 뽀얀 돈코츠 라멘 네 그릇을 놓고 비교한 AI 생성 사진
나무 식탁 위에 맑은 갈색 쇼유, 옅고 투명한 시오, 구수한 미소, 뽀얀 돈코츠 라멘 네 그릇을 놓고 비교한 AI 생성 사진

돈코츠 라멘을 먹다가 종류가 궁금해졌어요

일본에 살 때 집에서는 입맛에 잘 맞는 신라면을 자주 먹었어요. 일본 마트에서도 쉽게 살 수 있었거든요. 어느 날 평소와 다른 돈코츠 라멘을 사봤는데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먹다 보니 일본 라멘은 대체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궁금해졌어요.

그때는 쇼유, 시오, 미소, 돈코츠를 나란히 놓고 서로 다른 네 종류라고 생각했습니다. 틀린 구분은 아니지만 맛을 고르기에는 조금 부족해요. 라멘 한 그릇에는 육수와 양념, 향을 내는 기름이 함께 들어가고, 메뉴 이름은 그중 눈에 띄는 한두 가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 구조를 알고 나면 메뉴가 훨씬 읽기 쉬워져요. 鶏白湯醤油는 닭을 뽀얗게 우린 육수에 쇼유 양념을 더한 라멘이고, 魚介豚骨는 해산물 계열 육수와 돈코츠를 섞은 맛이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쇼유·시오·미소는 양념의 차이예요

쇼유 라멘(醤油ラーメン)은 간장을 중심으로 만든 양념을 사용해요. 간장 향과 감칠맛이 또렷하지만 국물이 반드시 갈색이고 가벼운 것은 아닙니다. 닭, 돼지뼈, 멸치나 가쓰오 같은 해산물 가운데 무엇을 우렸는지에 따라 맛이 달라지고, 기름을 얼마나 더했는지에 따라 묵직함도 달라져요.

평소 간장 향과 짭조름한 감칠맛을 좋아한다면 쇼유가 익숙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처음 가는 라멘집에서 메뉴 설명이 짧을 때도 비교적 맛을 상상하기 쉬운 편입니다.

시오 라멘(塩ラーメン)은 소금을 중심으로 간을 잡아요. 간장이나 미소의 향이 앞에 나오지 않아 육수와 향미유의 맛이 더 잘 느껴집니다. 맑고 가벼운 시오 라멘이 많지만, 시오라는 이름만으로 담백한 국물을 예상하기는 어려워요. 뽀얀 닭 육수에 시오 양념을 쓴 라멘은 부드럽고 진할 수 있습니다.

미소 라멘(味噌ラーメン)은 된장의 구수한 향과 진한 맛이 먼저 느껴져요. 마늘, 볶은 채소, 라드, 버터처럼 향과 무게를 더하는 재료와도 잘 어울립니다. 삿포로 미소 라멘이 유명하지만 모든 미소 라멘의 국물과 고명이 같은 것은 아니에요. 된장의 종류와 육수, 기름에 따라 단맛과 짠맛, 구수함이 크게 달라집니다.

얼큰한 국물이 생각날 때는 메뉴에서 辛味噌(카라미소)를 찾아볼 수 있어요. 예전에 일본에서 먹은 카라미소 라멘은 일반적인 미소 라멘보다 매콤해서 느끼함이 덜했고, 짬뽕처럼 얼큰한 국물이 그리울 때 반가운 맛이었습니다. 다만 매운 정도는 가게마다 달라요.

돈코츠·토리파이탄은 무엇을 우렸는지 보여줘요

돈코츠 라멘(豚骨ラーメン)은 돼지뼈를 끓여 만든 육수가 중심이에요. 센 불로 오래 끓이는 동안 지방과 젤라틴 성분이 섞이면 국물이 뽀얗고 걸쭉해집니다. 여기에 쇼유나 시오 양념을 더하니, 메뉴에 豚骨醤油라고 적혀 있어도 두 종류를 섞어 잘못 쓴 것이 아니에요.

돈코츠는 고소하고 진한 맛이 매력이지만 돼지 특유의 향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저도 어떤 집에서는 설렁탕처럼 고소하게 느꼈고, 어떤 곳에서는 냄새 때문에 먹기 힘들었어요. 처음이라면 향이 강한지, 국물이 많이 진한지 메뉴 사진과 설명을 먼저 보는 편이 좋습니다.

토리파이탄(鶏白湯)은 닭을 뽀얗게 우린 육수예요. 이름을 잘못 읽기 쉬운데 ‘토이파리탄’이 아니라 토리파이탄입니다. 돈코츠처럼 희고 부드러워 보여도 닭의 고소함이 중심이라 향이 다릅니다. 돼지 향이 부담스럽지만 크리미하고 진한 국물을 먹고 싶을 때 고르기 좋아요.

여기서 白湯(파이탄)은 흰색으로 흐려진 육수, 清湯(친탄)은 비교적 맑은 육수를 뜻합니다. 메뉴에 이 글자가 보이면 쇼유냐 시오냐보다 먼저 국물의 질감과 무게를 짐작할 수 있어요.

츠케멘과 아부라소바는 먹는 방식이 달라요

츠케멘(つけ麺)은 면과 찍어 먹는 국물이 따로 나옵니다. 면을 한꺼번에 담그기보다 조금씩 집어 진한 국물에 찍어 먹어요. 일반 라멘보다 굵고 탄력 있는 면을 쓰는 집이 많아 면의 식감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맞습니다.

저는 라멘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면 여전히 츠케멘 쪽이에요. 시부야 야스베에에서 먹었던 츠케멘도 면이 쫄깃해서 일반 라멘보다 자주 찾게 됐습니다. 다 먹어갈 때쯤 남은 찍는 국물에 따뜻한 육수를 더하는 スープ割り(스프와리)도 츠케멘의 재미였어요.

아부라소바(油そば)는 국물이 거의 없는 비빔 라멘에 가까워요. 그릇 아래의 양념과 기름이 면에 골고루 묻도록 처음부터 잘 섞어 먹습니다. 식초, 라유, 마요네즈 같은 양념은 처음부터 많이 넣기보다 몇 입 먹은 뒤 조금씩 더하는 편이 좋아요.

처음 시부야에서 아부라소바를 먹었을 때는 기름과 마요네즈 조합이 꽤 느끼할 줄 알았어요. 막상 먹어보니 쫄깃한 면과 매콤한 양념이 잘 어울려 다시 생각나는 맛이었습니다. 국물이 없는 만큼 면과 양념의 맛이 바로 느껴진다는 점도 라멘과 달랐어요.

메뉴 이름은 앞에서부터 풀어보세요

처음 보는 긴 이름도 앞에서부터 재료와 양념을 나누면 어렵지 않아요.

  • 魚介豚骨: 해산물 계열 육수와 돈코츠를 함께 쓴 진한 국물
  • 鶏白湯醤油: 뽀얀 닭 육수에 쇼유 양념을 더한 라멘
  • 煮干し塩: 멸치 계열 육수의 향에 시오 양념을 더한 라멘
  • 辛味噌: 매운맛을 더한 미소 라멘
  • 背脂醤油: 돼지 등지방을 더한 쇼유 라멘

홋카이도만 보아도 삿포로는 미소, 하코다테는 시오, 아사히카와는 쇼유가 널리 알려져 있어요. 그렇다고 지역 이름만으로 모든 맛이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쇼유 라멘도 육수, 기름, 면의 굵기가 달라지면 전혀 다른 한 그릇이 됩니다.

라멘 종류를 고른 뒤 면 익힘과 국물 농도, 기름 양을 어떻게 주문할지 궁금하다면 일본 라멘 주문법을 이어서 보셔도 좋아요. 종류 글은 어떤 맛의 라멘을 고를지, 주문법 글은 고른 라멘을 내 취향에 맞게 어떻게 조절할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제 취향은 여전히 츠케멘 쪽이에요. 다만 다른 라멘을 고를 때는 쇼유·시오·미소·돈코츠를 한 줄에 놓기보다 육수와 양념을 따로 보면 편합니다. 시오라고 늘 맑은 것도 아니고, 돈코츠라고 모두 같은 맛도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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