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키니쿠집의 소고기 부위 이름은 한국어 한 단어로 딱 맞춰 외우기보다 소의 어느 쪽인지, 지방과 식감이 어떤지를 함께 보는 편이 정확해요. 한국과 일본은 고기를 나누는 기준과 식당에서 붙이는 메뉴 이름이 완전히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먼저 고르기 쉽게 줄이면 이렇습니다. 담백한 살코기를 원하면 로스나 람프, 지방의 고소함을 원하면 카루비나 자부톤, 부드럽고 진한 맛을 원하면 하라미나 사가리를 살펴보세요. 카이노미·미스지·이치보 같은 희소 부위는 이름보다 지방의 양과 두께를 보고 고르면 실패가 줄어듭니다.

메뉴판 앞에서 부위 이름을 몰라 애먹었던 이유
예전에 신주쿠의 서서 먹는 야키니쿠집 지로마루에 갔을 때였어요. 고기를 한두 점씩 골라 맛볼 수 있어 좋았는데, 메뉴에 적힌 부위 이름을 몰라 무엇을 시켜야 할지 꽤 애를 먹었습니다.
한국에서 익숙한 부위 이름을 그대로 대입하려고 하니 더 어려웠어요. 그때는 다음에 좋아하는 부위만 골라 먹어보겠다는 마음으로 이름을 정리했는데, 다시 살펴보니 단어를 일대일로 번역한 부분에는 고칠 것이 있었습니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소고기의 큰 부위를 소매 품질 기준으로 나누고, 야키니쿠집에서는 이를 더 잘게 나눈 희소 부위도 사용한다고 설명합니다. 같은 소를 나누더라도 나라와 유통 기준에 따라 경계와 이름이 달라질 수 있어요. 그래서 이 글에서는 한국 부위명 하나를 정답처럼 붙이기보다 일본 메뉴에서 실제로 고를 때 필요한 위치와 식감을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카루비와 로스는 범위가 넓어요
카루비(カルビ)는 야키니쿠 메뉴에서 지방이 있는 갈비 주변의 바라 계열 고기를 폭넓게 가리킬 때가 많아요. 농림수산성 자료에도 타테바라를 카루비의 한 예로 들고 있지만, 실제 식당에서는 게타카루비·나카오치카루비·산카쿠바라처럼 서로 다른 부위가 카루비 메뉴에 들어갑니다.
그러니 카루비를 한국의 특정 갈비살 하나와 완전히 같은 부위로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아요. 대체로 지방의 고소함과 진한 맛을 기대할 수 있지만, 정확한 부위와 마블링은 가게와 메뉴에 따라 달라집니다.
로스(ロース)도 메뉴에서는 범위가 넓습니다. 등 쪽 근육을 뜻하는 말이지만 카타로스, 리브로스, 사로인처럼 위치가 나뉘고, 가게에서는 비교적 살코기인 구이 메뉴를 로스라고 부르기도 해요. 담백한 고기를 찾을 때 출발점은 되지만, ‘로스는 언제나 같은 부위’라고 외우지는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메뉴에 우에(上)나 토쿠조(特上)가 붙어도 일본 전체가 공유하는 단일 부위명이나 공인 등급은 아니에요. 같은 가게의 기본 메뉴보다 상급으로 구성했다는 의미로 보고, 다른 식당의 우에카루비와 가격만 바로 비교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하라미와 사가리는 살코기처럼 보여도 횡격막이에요
하라미(ハラミ)와 사가리(サガリ)는 모두 횡격막에 해당합니다. 일본에서는 내장으로 분류하지만 붉은 살과 결이 보여 일반적인 내장보다 고기처럼 느껴져요.
하라미는 횡격막의 배 쪽으로, 부드럽고 적당한 지방이 있는 부위입니다. 사가리는 허리뼈에 가까운 쪽으로 하라미와 비슷하게 부드럽다고 설명돼요. 지역과 식당에 따라 부르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으니 둘을 완전히 다른 맛으로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카루비의 지방이 부담스럽지만 살코기만 먹기에는 조금 아쉽다면 하라미가 중간 선택이 될 수 있어요. 진한 고기 맛과 부드러운 식감을 기대하는 분에게 잘 맞습니다.
카이노미·미스지·이치보, 희소 부위는 이렇게 고르세요
희소 부위는 이름이 낯설지만 위치와 지방의 정도를 알면 메뉴판이 조금 단순해집니다.
- 카이노미(カイノミ): 바라 계열이지만 잘라낸 모양이 조개처럼 보여 붙은 이름이에요. 적당한 마블링과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입니다. 하라미처럼 보일 수 있지만 횡격막이 아니라 바라의 살코기예요.
- 미스지(ミスジ): 어깨뼈 안쪽에 있는 카타의 일부예요. 어깨 부위 가운데 비교적 부드럽고 섬세한 마블링이 들어갑니다. 가운데 힘줄이 보이는 경우가 있어 너무 오래 익히면 식감이 거칠어질 수 있어요.
- 이치보(イチボ): 엉덩이에서 허리로 이어지는 쪽의 부위예요. 사로인에 가까운 쪽은 지방과 단맛이 있고, 소토모모에 가까운 쪽은 더 탄탄합니다. 같은 이치보 안에서도 식감이 한 가지가 아니라는 점이 재미있어요.
- 자부톤(ザブトン): 카타로스 가운데 마블링이 잘 들어가는 부위예요. 부드럽고 진한 맛이 있어 특상 로스라는 이름으로 내는 가게도 있습니다.
- 토모산카쿠(トモサンカク): 모모 계열이지만 마블링이 비교적 잘 들어가는 부위예요. 살코기의 맛과 지방의 단맛을 함께 원하는 사람에게 맞습니다. 히우치(ヒウチ)라는 이름이 함께 보이기도 해요.
희소 부위라고 항상 더 부드럽거나 누구에게나 더 맛있는 것은 아니에요. 지방이 많은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이름값보다 접시에 보이는 마블링과 두께를 먼저 보세요.
탄과 호르몬 메뉴는 이름부터 위치가 보여요
야키니쿠집에서는 정육과 내장 메뉴가 한 메뉴판에 섞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주 보이는 이름만 알아두면 주문할 때 훨씬 편해요.
- 탄(タン): 혀
- 하츠(ハツ): 심장
- 레바(レバー): 간
- 미노(ミノ): 첫 번째 위
- 하치노스(ハチノス): 두 번째 위
- 센마이(センマイ): 세 번째 위
- 기아라(ギアラ): 네 번째 위. 아카센마이라고도 부름
- 코프창(コプチャン): 소장
- 시마초(シマチョウ): 대장
내장 이름은 지역에 따라 달라지기도 해요. 농림수산성도 간사이에서 쓰는 명칭이 간토와 다른 경우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소장은 손질 형태에 따라 마루초나 코테창 같은 이름으로 보일 수 있어요.
지금 먹고 싶은 식감부터 정하면 쉬워요
메뉴판의 모든 부위를 외우기보다 그날 먹고 싶은 맛을 먼저 정해보세요.
지방이 적고 고기 맛이 또렷한 쪽을 원하면 로스·람프·우치모모, 부드럽고 마블링이 있는 쪽은 카루비·자부톤·토모산카쿠를 살펴볼 만합니다. 카루비보다 지방 부담을 줄이면서 진한 맛을 원하면 하라미·사가리, 낯선 부위를 한두 점씩 비교하고 싶다면 카이노미·미스지·이치보가 재미있는 선택이에요.
가게마다 자르는 두께와 양념, 굽는 방식이 달라 같은 이름도 인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모르는 부위가 보이면 どんな部位ですか?(돈나 부이데스카?), “어떤 부위인가요?”라고 물어보세요. 기름이 많은지 묻고 싶다면 脂が多いですか?(아부라가 오오이데스카?)라고 하면 됩니다.
부위를 골랐는데 몇 접시를 주문할지, 시오와 타레 중 무엇을 고를지 고민된다면 일본 야키니쿠 주문법을 함께 보세요. 이 글은 무슨 고기인지를 고르는 기준이고, 주문법 글은 얼마나 어떻게 주문할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지로마루에서 처음 메뉴를 보며 망설였던 건 일본어를 몰라서만은 아니었어요. 한국어 부위명을 하나씩 대입하면 답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정확한 번역 하나를 찾기보다 살코기인지, 지방이 많은지, 쫄깃한지부터 보면 야키니쿠 메뉴가 훨씬 편하게 읽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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