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오후 덥기도 하고 졸리기도 해서 세수를 하고 있던 중 초인종 소리에 얼굴의 물기를 닦는 둥 마는 둥 급하게 문을 열었다. 며칠 전부터 기다리고 있는 한국에서 온 택배인 줄 알고 기분 좋게 나갔는데 여경찰이 한 명 서있었다. 뜬금없는 경찰의 방문에 적잖이 놀랐다.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나?’ 하면서 쫄아있는데 연락처를 작성해달라며 카드(경찰 순회 연락 카드) 작성용지를 내밀었다.
경찰 말에 의하면 지진이나 사고 또는 화재가 났을 때 바로 확인을 할 수 있는 카드라고 했다. 연락처를 이렇게 작성해도 되나 싶은 마음에 “나 못써요, 한자 몰라요라면서 다음에 할게요.”라고 말했더니 카드를 두고 갈 테니 작성해서 동네 파출소(交番)에 내라고 하면서 재류카드를 보여달라고 했다.
당연히 경찰이겠지 생각하면서도 혹시 경찰복을 입은 사기꾼이 아닐지 하는 의심도 지울 수 없었다. 요즘 세상에 경찰이 직접 집을 방문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이제껏 단 한 번도 경험해 본 적도 없는 일이고 또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사람을 대면하는 게 불편한 시기에 굳이…., 경찰이 돌아간 뒤 찜찜함을 지울 수 없어 검색을 해보았다.
경찰이 남기고 간 카드는 警察 巡回連絡カード(경찰 순회 연락 카드)다. 구글링도 해보고 일본에 사는 사람들의 모임 카페에서 확인해보니 경찰들이 몇년전부터 하고 있던 일이었다.
경찰 순회 연락 카드란?
순회는 관할 지역의 경찰이 걸어다니며 지역을 둘러 보는 것으로 범죄 및 교통 사고 방지, 경찰에 대한 의견을 주민으로부터 직접 듣고, 지역의 안전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하는 활동이며 순회 연락 카드는 본인과 가족 및 친족, 동거인의 이름, 주소, 생년월일을 적는다.
경찰 순회 연락 카드가 필요한 이유?
자연 재해가 발생했을 때
지진 등의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친척의 연락처를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는 경우에 경찰에 순회 연락 카드가 있으면 친척의 연락처를 확인할 수 있다. 집이 무너져 버리면 단번에 친척이나 가족과 연락을 취할 수 없게 되어 버리는 경우도 많다. 젊은 사람들이야 휴대폰이나 클라우드에 저장해놓는 사람도 많지만 노인의 경우에는 종이만으로 관리하는 사람도 많으니 그런 사람들의 경우에 경찰서에 가면 소중한 사람의 연락처를 알 수 있다.
교통 사고로 부상을 당했을 때
교통사고 등으로 의식 불명이 되어 가족에게 연락을 해야 하는 경우, 병원 측은 어디에 문의해야 할지 당황한다. 이러한 경우에도 순회 연락 카드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부상자가 운전면허증을 가지고 있으면 주소를 알 수 있어 그 주소에서 순회 연락 카드를 찾아 가족과 연락을 취할 수 있다.
혼자 사는 사람의 안전 유지
혼자 사는 사람의 안전을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혼자 사는 ㅇㅇ가 신문을 구독하고 있었다고 가정하고, 며칠 동안 신문을 읽지 않는 상태로 있는 경우, 쓰러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 경우 순회 연락 카드에 기재되어 있는 긴급 연락처의 가족에게 연락하고 신속하게 안부를 확인받을 수 있다. 순회 연락 카드의 기입은 그런 고립되기 쉬운 사람의 안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며칠 전 퇴근시간이 지난 신랑하고 통화가 되지 않아 몇십 분 동안 걱정한 적이 있었다. 어디다 연락할 길도 없다는 게 답답하게 느껴졌었는데, 의무는 아니지만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서 이번 기회에 보험 들어놓듯이 해놔야겠다. 경찰 순회 연락 카드의 취지는 좋게 느껴지지만, 경찰이 일일이 방문하여 연락처를 묻는 방식이 안전하고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보다 개인 정보 노출이라는 거부감이 먼저 드는 게 사실이다. 조금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개선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警察から、巡回連絡カードの記入を求められ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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