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같은 문장을 남기는 류시화 시인,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류시화 작가님의 글은 문장의 조사 하나도 버릴 수 없는 보석 같다. 깊은 울림이 있는 글은 마음의 위로가 되어주고 마음속에 한동안 따뜻하게 머문다. “역시 류시화”라는 말이 나오는 멋진 작가, 멋진 시인.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역시 마음이 어수선할 때마다 두고두고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류시화 작가님과 함께 명상을 하는 상상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꼭 한번 만나보고 싶은 분.

이 책의 하이라이트 “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
살다 보면 좋은 일만 생기지 않는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괴롭고 슬픈 일도 찾아온다. 이때는 모든 게 끝난 것 같다. 세상이 멈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때 이 문구를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신이 잠시 쉬어가라는 신호의 쉼표를 마침표로 오해하고 포기하지 않기를.

 

우리는 저마다 자기 생의 작가입니다. 우리의 생이 어떤 이야기를 써 나가고 있는지, 그 이야기들이 무슨 의미이며, 그다음을 읽고 싶을 만큼 흥미진진한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우리 자신뿐입니다. 

 

 

불안과 고독도 내 글의 부사와 형용사가 될 것이라고. 그 순간 나는 정말로 작은 세계의 신이 된 것 같았다.

 

 

강박적인 생각을 내려놓을 때 마음과 가슴이 열린다. 우리는 영원하지 않은 문제들에 너무 쉽게 큰 힘을 부여하고, 그것과 싸우느라 삶의 아름다움에 애정을 가질 여유가 없다. 

 

 

진박새가 말했다. 나는 달리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앉은 가지 위에 내려앉는 눈송이들의 숫자를 세었어. 정확하게 3,741,952개였어. 네 말대로라면 무게가 거의 없는 그다음 번째 눈송이가 내려앉는 순간 나뭇가지가 부러졌어. 지금 내 마음에 얼마나 많은 생각의 눈송이들이 소리 없이 쌓이고 있는가. 생각만큼 우리를 무너뜨리는 것은 없다. 마음은 한 개의 해답을 찾으면 금방 천 개의 문제를 만들어 낸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뛰어난 상상력을 가진 작가이다.

 

 

마음속에서 하는 말을 조심하라는 격언이 있다. 다른 사람은 듣지 못해도 자기 자신이 듣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단어는 무의식 속에서 정신을 부패시키고, 어떤 단어는 기도처럼 마음의 이랑에 떨어져 희망과 의지를 발효시킨다. 부패와 발효는 똑같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어떤 미생물이 작용하는가에 따라 해로운 변질과 이로운 변화로 나뉜다.

‘네 말이 내 귀에 들린 그대로 이루어지리라’는 단순한 성경 구절이 아닐 것이다.

 

 

남자의 얘기를 듣고 제자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스승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구차하게 의존하는 것, 시도와 모험을 가로막는 것을 제거해야만 낡은 삶을 뒤엎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안전하게 살아가려고 마음먹는 순간 삶은 우리를 절벽으로 밀어뜨린다. 파도가 후려친다면 그것은 새로운 삶을 살 때가 되었다는 메시지이다. 어떤 상실과 잃음도 괜히 온 게 아니다. 신은 구불구불한 글씨로 똑바르게 메시지를 적는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행복이 불행 제로인 상태라고 오해한다. 행복만 있고 불행이 없는 영역은 존재하지 않으며 행복의 기술은 불행을 포용하는데 있음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래서 늘 행복찾기에 실패한다. 

이 음식을 먹으면 행복할까?
이 물건을 소유하면, 이 차를 타면 행복할까?
이 사람이 나를 사랑하면 행복할까?
이 명상 수행이나 요가에 능통하면 행복할까?

 

 

모든 일은 이유가 있기 때문에 일어나며,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도 이유가 있어서 만난다고 나는 믿는다. 우리가 알든 모르든 모든 만남에는 의미가 있으며, 누구도 우리의 삶에 우연히 나타나지 않는다. 누군가는 내 삶에 왔다가 금방 떠나고 누군가는 오래 곁에 머물지만, 그들 모두 내 가슴에 크고 작은 자국을 남겨 나는 어느덧 다른 사람이 되었다.

 

 

우리 모두는 공평한 빈 페이지를 앞에 놓고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나가는 사람들이다. 그 내면으로 들어가는 쉽고 쾌적한 장소는 없다. 단지 나 자신과, 내가 최우선으로 여기는 그 일에 대한 진실한 의지와 몰입만 있을 뿐이다. 내 삶의 언어는 무엇을 쓰고 있고, 내 인생의 물감은 무엇을 그리고 있는가? 자신을 태우지 않고 빛나는 별은 없다.

 

인생은 폭풍우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가 아니라 빗속에서 어떻게 춤을 추는가 하는 것이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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