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십이간지 읽는 법, 돼지띠가 멧돼지띠인 이유

일본에도 우리처럼 띠가 있을까 궁금해서 예전에 십이지를 정리한 적이 있어요. 결론부터 말하면 일본에도 열두 띠가 있고 순서도 같습니다. 다만 마지막 동물이 달라요. 한국의 돼지띠는 일본에서 멧돼지띠, 이노시시도시(いのししどし)라고 합니다.

읽는 법도 조금 주의해야 해요. 쥐는 일본어로 ‘네즈미(ねずみ)’지만 십이지의 子는 ‘네(ね)’라고 읽습니다. 뱀도 동물 이름은 ‘헤비(へび)’, 십이지의 巳는 ‘미(み)’예요. 한자 음독과 동물 이름을 한 표에 섞어두면 오히려 헷갈리기 쉬운 부분입니다.

붉은 해를 중심으로 쥐부터 멧돼지까지 일본 십이지의 열두 동물을 원형으로 배치한 AI 생성 일러스트
붉은 해를 중심으로 쥐부터 멧돼지까지 일본 십이지의 열두 동물을 원형으로 배치한 AI 생성 일러스트

십이지와 에토는 같은 말일까요?

열두 띠는 일본어로 十二支(じゅうにし, 주니시)라고 해요. 子·丑·寅부터 戌·亥까지 이어지는 열두 지지를 뜻합니다.

일본에서 띠를 물을 때 자주 듣는 말은 干支(えと, 에토)예요. 원래 干支는 십간과 십이지를 조합한 60가지를 가리킵니다. 갑자(甲子), 을축(乙丑)처럼 우리가 육십갑자라고 부르는 체계예요. 일본 국립국회도서관의 달력 해설도 干支를 십간과 십이지의 조합으로 설명합니다.

다만 일상에서는 그해의 동물이나 사람의 띠를 가리켜 ‘에토’라고도 해요. 정확한 개념과 평소 쓰임에 차이가 있는 거지요. 일본에서 “에토가 뭐예요?”라는 질문을 들었다면 육십갑자 전체를 묻기보다 무슨 띠인지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 십이간지 순서와 읽는 법

일본 한자능력검정협회의 한자사전과 국립천문대 달력 자료에 나온 십이지 읽기는 다음과 같아요.

  • 子(ね, 네) — 쥐, ねずみ(네즈미)
  • 丑(うし, 우시) — 소, うし(우시)
  • 寅(とら, 토라) — 호랑이, とら(토라)
  • 卯(う, 우) — 토끼, うさぎ(우사기)
  • 辰(たつ, 타츠) — 용, たつ(타츠)
  • 巳(み, 미) — 뱀, へび(헤비)
  • 午(うま, 우마) — 말, うま(우마)
  • 未(ひつじ, 히츠지) — 양, ひつじ(히츠지)
  • 申(さる, 사루) — 원숭이, さる(사루)
  • 酉(とり, 토리) — 닭, にわとり(니와토리)
  • 戌(いぬ, 이누) — 개, いぬ(이누)
  • 亥(い, 이) — 멧돼지, いのしし(이노시시)

子를 ‘시’, 丑를 ‘추’, 寅을 ‘인’처럼 읽는 음독도 있어요. 하지만 일본에서 띠를 말할 때는 위의 ‘네, 우시, 토라…’라는 읽기가 먼저 필요합니다. 특히 子·卯·巳·亥는 지지의 읽기와 평소 동물 이름이 다르니 두 가지를 함께 알아두면 좋아요.

한국의 돼지띠가 일본에서는 멧돼지띠예요

열두 동물 가운데 한국과 일본의 차이가 가장 분명한 것은 亥예요. 한국에서는 돼지띠라고 하지만 일본에서는 猪(いのしし), 멧돼지를 떠올립니다. 재팬서치의 일본 자료 해설도 일본의 亥는 멧돼지이고, 중국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 지역에서는 돼지를 뜻한다고 설명해요.

왜 일본만 멧돼지가 되었는지는 한 문장으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일본 무나카타시 해양문화관의 해설은 십이지가 전해질 당시 일본에 집돼지가 없었고, 더 익숙한 멧돼지로 바뀌었을 가능성을 소개합니다. 다만 국립국회도서관 협력 데이터베이스는 애초에 각 지지에 왜 그 동물이 연결됐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정리해요.

예전 글에서는 일본의 육식 금지 때문에 멧돼지가 되었다는 설을 소개했어요. 이번에 다시 확인해보니 그 설명을 그대로 단정할 만한 근거는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일본에 익숙한 동물로 바뀌었을 가능성’까지만 남기는 편이 정확해요.

午前과 午後에도 십이지가 남아 있어요

십이지는 사람의 띠에만 쓰인 것이 아니에요. 예전에는 시각과 방향도 열두 지지로 나눴습니다. 일본 국립천문대의 십이지 해설을 보면 子는 밤 11시부터 새벽 1시, 午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에 해당해요.

午의 한가운데가 한낮 열두 시라서 정오(正午)가 됐고, 그 앞과 뒤가 오전(午前)과 오후(午後)가 됐습니다. 매일 쓰는 말 안에 말띠의 午가 남아 있는 거예요.

방향에도 흔적이 있어요. 子는 북쪽, 午는 남쪽을 가리켰고 두 방향을 잇는 선이 자오선(子午線)입니다. 십이지를 단순히 열두 동물의 이름으로만 외울 때는 잘 보이지 않던 연결이에요.

일본에서 무슨 띠인지 물어볼 때

일본어로 띠를 묻는 가장 간단한 표현은 다음과 같아요.

何どし生まれですか?(나니도시 우마레데스카?)

“무슨 띠에 태어났어요?”라는 뜻입니다. 답할 때는 うさぎどしです처럼 동물 이름 뒤에 ‘도시(どし)’를 붙이면 돼요. 돼지띠라면 일본에서는 いのししどしです라고 말합니다.

일본국제교류기금의 생활 일본어 교재는 일본에서 직접 나이를 묻는 대신 띠를 물어 출생연도를 짐작하기도 한다고 설명해요. 같은 띠가 12년마다 돌아오니 가능한 일이에요.

그래서 표현을 안다고 처음 만난 사람에게 곧바로 물을 필요는 없어요. 상대의 나이를 짐작하려는 질문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으니까요. 반대로 일본에서 에토나 ‘나니도시’라는 말을 들었다면 생년의 띠를 묻는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일본의 십이지는 순서만 보면 우리에게 익숙해요. 그런데 子를 ‘네’라고 읽고, 亥에서 멧돼지를 떠올리고, 午가 오전과 오후에도 남아 있다는 걸 알고 나면 같은 열두 글자가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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