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소레나’ 뜻, 일본어 대화에 한국어가 섞이는 이유

“진짜 소레나.”

앞의 ‘진짜’는 분명 우리말인데 뒤에는 일본어가 붙어 있어요. 일본어로 적으면 チンチャそれな(친차 소레나). 한국어 ‘진짜’와 “그러게”, “내 말이” 정도의 뜻인 일본어 ‘それな’를 합친 표현이에요. 풀
어보면 “진짜 내 말이!”쯤 되겠네요.

일본 젊은 층의 일부가 이렇게 한국어와 일본어를 섞어 쓰는 표현을 한본어(ハンボノ), 일한 믹스어(日韓ミックス語)라고 불러요. 한국어를 따로 한 문장 말하는 게 아니라, 일본어로 이야기하다가 한국어 한 조각을 붙이는 거예요.

‘진짜’라는 익숙한 말도 가타카나로 적힌 ‘チンチャ’를 보면 조금 낯설어요. 우리말이 일본어 문장 안에 들어가 있으니, 아는 말인데도 한 번 더 읽게 됩니다. 한국의 노래와 드라마를 좋아하던 마음이 말에까지 묻어나는 것 같아요.

카페에서 휴대전화를 함께 보는 두 친구와 ‘チンチャそれな’, ‘まじコマウォ’ 말풍선을 그린 AI 생성 일러스트
카페에서 휴대전화를 함께 보는 두 친구와 ‘チンチャそれな’, ‘まじコマウォ’ 말풍선을 그린 AI 생성 일러스트

‘진짜’는 일본어 뒤에도, 앞에도 붙어요

‘친차 소레나’와 반대 방향으로 섞은 말도 있어요. まじコマウォ(마지 고마워)는 일본어 ‘まじ’와 한국어 ‘고마워’를 붙인 표현입니다. ‘마지’가 “정말”, “진짜”라는 뜻이니 우리말로는 “진짜 고마워”가 되는 거예요.

‘진짜’를 한국어로 쓰고 뒤를 일본어로 이어도 되고, 앞을 일본어로 시작해서 ‘고마워’로 끝내도 되는 거에요. 상하이외국어대학교의 언어 혼합 소개 글에서도 이런 표현을 소개하고 있어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면 やばいンデ(야바인데)도 있습니다. 일본어 ‘やばい’ 뒤에 한국어 ‘~ㄴ데’ 계열의 말끝을 붙인 표현이에요. 상황에 따라 “대박인데”, “장난 아닌데” 같은 느낌으로 이해할 수 있어요. 한국어 단어를 통째로 가져오는 데서 그치지 않고 말끝까지 빌려 쓰는 게 재미있어요.

물론 한국어 문법을 그대로 옮긴 문장이라고 보기는 어려워요. 두 언어에서 익숙한 부분을 골라 붙이는 말놀이에 가깝습니다. 2021년 일한 믹스어 연구도 인터넷에서 만들어진 혼합어 가운데 문법 규범과 다른 형태가 나타난다고 짚었어요. 교과서 문장처럼 맞고 틀림만 따지면, 왜 이렇게 말하는지 놓치기 쉬울 것 같아요.

한국 콘텐츠를 좋아하다 보니, 말도 가까워졌어요

그럼 한국어는 어떻게 일본 친구들 사이의 대화까지 들어가게 됐을까요. 그 배경에는 K팝과 한국 드라마를 즐기는 일이 있다고 합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2024년 일본 통신원 글도 K팝과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한국어를 배우는 동기로 이어지는 흐름을 소개했어요. 좋아하는 노래의 가사를 이해하고 싶고, 배우나 가수가 하는 말을 조금이라도 알아듣고 싶은 마음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지요.

그런 마음에 유튜브와 SNS처럼 자주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더해집니다. 아래에서 소개할 일본 대학생 연구에서도 이 매체들이 혼합어를 접하는 주요 경로로 나타났다고 해요.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반복해서 말을 듣는 환경이 함께 있는 거예요.

드라마에서 들은 짧은 말이나 좋아하는 가수가 쓰는 표현이라면, 낯선 외국어도 한 번 따라 해보고 싶어질 것 같아요. 저역시 어린 시절 장국영이 좋아서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익숙해진 말을 친구가 알아듣고 같이 쓰면, 화면 속에서 듣던 말이 둘 사이의 대화로 옮겨갈 수 있겠지요.

한국 문화가 일본에 전해지는 모습을 이런 작은 말에서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노래와 이야기가 좋아서 가까워지고, 그 안에서 듣던 한국어도 조금씩 친숙해지는 과정이요.

한국어를 배워야만 쓰는 말은 아니었어요

이런 표현을 쓰는 사람은 한국어를 꽤 잘하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꼭 그런 것은 아닌가봐요.

2025년 발표된 일본 대학생 연구는 간사이 지역 대학생 208명을 조사했어요. 공개된 초록을 보면 유튜브와 SNS가 주요 접촉 경로였고, 한국어 학습 경험이나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아도 일부 표현은 또래 집단을 통해 퍼졌다고 해요.

사용 이유에는 감정을 쉽게 표현하거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고 싶다는 답도 있었어요. 단어의 뜻만 전달하는 것 외에, 그 말을 주고받을 때의 느낌도 중요했던 거예요.

‘친차 소레나’는 일본어 ‘마지 소레나’만으로도 비슷한 뜻을 전할 수 있어요. 그런데 앞부분을 ‘진짜’로 바꾸면 아는 표현 안에 다른 소리가 들어옵니다. 뜻은 통하면서 말하는 재미가 조금 달라지는 거예요. 같은 영상이나 표현을 아는 친구끼리라면 더 쉽게 주고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 콘텐츠를 좋아해서 접한 말이든 친구에게서 먼저 들은 말이든, 자기 대화에 넣어 쓰는 순간에는 그 사람의 말버릇이 되기도 하겠어요. 이 부분이 단순히 외국어 단어를 외우는 것과는 다르게 느껴져요.

‘괜찮아’는 섞지 않고도 건너갔어요

한국어가 일본에서 쓰인다고 해서 모두 한본어인 것은 아니에요. ケンチャナ(켄차나)는 ‘괜찮아’를 일본어 가타카나로 적은 표현입니다. 다른 일본어와 결합하지 않은 ‘켄차나’ 자체는 한국어 표현을 가져다 쓰는 경우로 볼 수 있어요.

시부야 트렌드 리서치의 2025년 봄 조사에서는 ‘켄차나’가 당시 유행하는 말 공동 3위에 올랐어요. 조사사는 틱톡 음원과 K팝 아이돌의 춤을 확산 계기로 설명했습니다. 조사 대상은 15~18세 고등학생 100명이었어요.

‘괜찮아’라는 뜻과 함께 영상 속 리듬이나 장면도 따라갈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와요. 뜻을 알고 말할 수도 있고, 익숙한 영상의 느낌을 살려 따라 할 수도 있겠지요. 같은 ‘괜찮아’여도 상대를 달래는 말인지, 영상 속 유행을 따라 하는 말인지는 앞뒤 분위기를 봐야 할 것 같아요.

다만 이 순위는 2025년 봄의 해당 조사 결과예요. 지금 일본 고등학생 모두가 가장 많이 쓰는 말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일본 친구라면 누구에게나 통할까요?

표현을 안다고 해서 누구나 쓰는 것은 아니에요. 앞서 본 대학생 연구에서도 친한 사이에서는 받아들이지만 공적인 자리에서는 사용을 삼가는 모습이 나타났어요. 상대와 상황을 가려 쓰는 말인 거예요.

일본 친구가 ‘고마워’라고 했다면 반갑게 알아들으면 되지만, 처음 만난 사람에게 한본어부터 꺼내며 당연히 통할 거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겠어요. 유행어는 같은 나이여도 좋아하는 콘텐츠와 친구들 사이의 분위기에 따라 다르니까요.

그리고 이 현상을 올해 갑자기 생긴 유행으로 보기도 어려워요. Petrel의 2021년 상반기 발표에도 ‘친차 소레나’가 유행어 부문에 들어 있었거든요. 당시 공식 인스타그램의 10~20대 여성 중심 팔로워를 대상으로 한 조사였어요. 몇 년 전 표현과 이후의 유행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에게 평범한 말이 누군가에게는 좋아서 쓰는 말

저는 이 대목이 조금 뭉클해요. 우리가 매일 별생각 없이 쓰는 ‘진짜’, ‘고마워’, ‘괜찮아’가 일본에서는 일부러 골라 쓰고 싶은 말이 된 거잖아요.

‘まじコマウォ’에서 마지막 세 글자를 읽으면 결국 ‘고마워’예요. 일본어로도 전할 수 있는 마음을 우리말을 섞어서 전한다는 게 참 반갑습니다. 한국어가 누군가에게는 좋아하는 콘텐츠를 떠올리게 하고, 친구에게 조금 더 장난스럽고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표현도 될 수 있는 거예요.

한국의 노래나 드라마가 사랑받는다는 소식도 기쁘지만, 이렇게 짧은 말이 다른 나라의 평범한 대화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는 또 다르게 와닿아요. 문화가 가까워졌다는 걸 ‘고마워’라는 말 하나로 느끼게 되니까요.

처음에는 ‘진짜 소레나’가 그저 재미있는 조합처럼 보였어요. 그런데 그 안에 익숙한 우리말이 들어 있다고 생각하니, 웃기면서도 조금은 뿌듯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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