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 미술관에서 결혼기념일 데이트하기

매년 17일은 결혼기념일! 요새는 결혼기념일을 결기라고 하던데, 올해 우리의 결기 데이트는 지브리 미술관이었다.

 

사전예약제로 운영되는 지브리 미술관을 가기 위해 미리 한 달 전에 예약을 해두었다. 애니메이션에 특별히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 번쯤은 가보고 싶었던 곳이기도 했던 곳이다.

 

가기 전날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다시 보기 하며 호기심을 장착해두었다. 두 애니메이션을 보며 애니에 대한 관심보다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해 더 궁금해졌다.

 

미타카 역에 내려 버스 승강장을 가니 지브리 미술관까지 가는 전용버스가 있었다. 지브리다운 아기자기한 버스를 타고 (버스비 220엔) 미술관에 도착

 

 

지브리 미술관에 도착하니 입장 30분 전임에도 이미 줄 서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진행요원들이 표와 신분증(여권)을 확인하였다. 티켓 구매대행과 티켓 리셀러들을 단속하는 것 같았다. 표에 찍힌 이름을 확인한 후에야 입장이 가능했다. 참고로 지브리의 입장은 하루 4번, 10시, 12시, 14시, 16시다.

 

입장과 동시에 이렇게 깜찍한 필름 표를 주었다. 내가 받은 표는 어느 부분의 컷인지 알 길이 없었지만 그냥 귀여운 기념으로 간직하기.

 

 

지브리 미술관 내부에서 사진 찍기는 금지되어 있어 무척 안타까웠지만 그 덕분에 오히려 더 집중하기 좋았던 것 같다.

 

미술관은 전체적으로 나무 소재를 사용하여 오래된 별장 같은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평소 지브리 아이템 숍들을 보며 상상했던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느낌보다는, 시간을 거슬러 어린 시절의 동심을 떠오르게 하는 이미지였다.

볼 거리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하나하나 세심하게 정성 들여 꾸며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특히나 제일 맘에 들었던 부분은 미야자키 하야오 작가의 방을 이미지 해서 꾸며놓은 곳이었는데, 그곳을 보며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왠지 그곳에서 작업을 하면 상상력이 끊이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작가의 책상에 있던 담배꽁초와 수많은 미술용 몽당연필들을 보며 작가가 어떤 모습을 하면서 그림을 그리고 스토리를 구상했을지 상상해 보았다. 

 

그리고 기모노를 입은 여인의 흑백사진누군지 궁금해서 물어보니 미야자키 하야오 작가의 어머니였다. 미야자키 하야오 작가의 어머니는 미야자키가 어렸을 때 결핵균이 척추까지 감염돼 오랫동안 누워지냈고 결핵균이 전염될까 어머니 곁에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며 자랐다고 한다. 어머니는 책 읽는 것을 좋아했고 여장부 스타일로 씩씩하고 활발한 성격이었다고 한다. 그의 작품들에서 그려지는 여주인공들이 긍정적이고 생활력 있는 강한 이미지로 그려져 마음에 들었는데 어머니의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여리여리한 보호 받아야 하는 이미지보다 훨씬 멋지게 그려지는 여성상. 참 마음에 든다. 

 

1층에서는 미 상영 단편(15~20분 내외) 애니메이션도 볼 수 있었는데, 우리가 본 13분짜리 애니는  [ちゅうずもう]였는데, 쥐가 스모 하는 단순한 얘기였지만 키득키득하기 좋았다.

 

테라스에서 핫도그 먹는 것은 재미의 덤! 아이템 숍에서 아이템 구매하기는 하이라이트!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훨씬 많았던 지브리 미술관. 애니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좋은 영감들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그림 문외한인 나도 관심이 샘솟는 거 보면 말이다. 곳곳에 이런 세심한 포인트도 볼거리.

 

돌아오는 길은 미타카시 이노카시라 공원을 가로질러 키치죠지 역으로 향하는 코스를 택했다. 키치죠지 역과 미타카 역 사이에 미술관이 있다. 갈 때는 미타카 역에서 전용 버스를 타고 올 때는 공원을 산책하며 키치죠지 역으로 가는 코스는 잘 한 것 같다. 

 

 

조용하고 넓은 공원을 걸어오며 지브리 미술관이 2001년에 개관하여 20여 년 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봤다. 물론 유명한 애니 덕분이긴 하겠지만, 어른이 되어 잊히고 지워진 어린 시절의 동심을 아직 간직하고 있다고 소박하고 정감있게 말을 걸어주는 건 아닌지 …, 행복했던 과거의 기억에서 설렘의 의미를 찾는 나이에 설렘의 향기를 꺼내볼 수 있는 보물창고 같은 지브리 미술관에서의 데이트는 기분 좋았다. 덕분에 우리의 결기도 은은하게 기분 좋은 하루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우린 키덜트!

지브리 미술관 사이트

三鷹の森ジブリ美術館
三鷹の森ジブリ美術館の公式サイトです。『迷子になろうよ、いっしょに。』をキャッチコピーにした不思議な美術館です。入場券は日時指定の予約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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