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와서 처음 몬자야키를 먹게 됐어요.
말은 여러 번 들어봤지만 막상 철판 앞에 앉으니 조금 당황스럽더라고요. 오코노미야키처럼 동그랗게 구워져 나오는 줄 알았는데, 커다란 그릇에 양배추와 해산물, 묽은 반죽이 담겨 나왔습니다.
이걸 한꺼번에 붓는 건가?
어느 정도 익어야 먹는 건가?
처음 먹는 음식은 맛보다 순서에서 먼저 막힐 때가 있어요. 몬자야키도 굽는 흐름만 알아두면 훨씬 편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몬자야키, 이런 음식이었어요
몬자야키(もんじゃ焼き)는 도쿄의 향토 음식이에요. 묽은 밀가루 반죽에 양배추와 해산물, 고기, 치즈 같은 재료를 넣고 철판에서 익혀 먹습니다.
모양은 솔직히 사진발이 아주 잘 받는 음식은 아니에요. 오코노미야키처럼 도톰하고 반듯하게 완성되는 것도 아니고요. 대신 철판에 눌어붙은 부분을 작은 주걱으로 조금씩 긁어 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름은 예전에 철판 위 반죽으로 글자를 쓰며 먹었던 문자구이(文字焼き)에서 시작됐다고 전해져요. 문자구이가 몬자로 바뀌었다고 하니, 이름의 유래도 꽤 재미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몬자야키와 몬자야끼를 섞어서 쓰는데, 일본어 표기는 もんじゃ焼き입니다. 이 글에서는 몬자야키로 적을게요.
굽는 순서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처음엔 복잡해 보였지만 한 번 해보면 순서는 단순합니다.
그릇 안의 국물은 잠시 남겨두고 양배추와 해산물 같은 건더기부터 철판에 올려 볶아요. 큰 주걱으로 재료를 잘게 자르듯 섞다 보면 양배추의 숨이 조금씩 죽습니다.

그다음 볶은 재료를 둥글게 모아 가운데를 비워둡니다. 도넛처럼 재료로 둑을 만드는 거예요. 여기에 남겨둔 묽은 반죽을 천천히 부어줍니다.
둑이 무너지면 살짝 당황할 수 있지만 다시 모으면 돼요. 처음부터 예쁘게 만들려고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어차피 조금 뒤에는 전부 섞을 거니까요.
가운데 반죽에 조금씩 점성이 생기면 주변의 재료와 함께 섞고 철판 위에 얇게 펴줍니다. 오코노미야키처럼 뒤집을 필요는 없어요. 넓게 펴놓고 기다리면 표면에 작은 기포가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대체 언제부터 먹는 걸까
제가 제일 궁금했던 것도 이 부분이었어요.
표면이 보글거리기 시작하고 가장자리와 밑면이 살짝 노릇해졌다면 그때부터 조금씩 먹으면 됩니다. 완전히 단단한 부침개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음식은 아니더라고요. 가운데는 촉촉하고 철판에 닿은 밑부분은 바삭한 상태로 먹는 음식에 가깝습니다.
조금 일찍 먹으면 부드럽고 촉촉해요. 철판에 조금 더 두면 바닥이 누룽지처럼 바삭해집니다. 저는 이 눌은 부분이 꽤 맛있었어요. 먹는 동안에도 계속 익기 때문에 처음부터 전부 바삭하게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고기나 해산물이 들어간 메뉴라면 재료가 잘 익었는지는 확인해야 해요. 매장마다 굽는 방법이 조금씩 다를 수 있으니 테이블에 안내가 있다면 그 방법을 먼저 보는 게 좋습니다.
손에 쥐여주는 작은 주걱은 하가시
몬자야키를 주문하면 조그마한 주걱을 하나씩 줍니다. 처음에는 이걸로 어떻게 먹으라는 건가 싶었어요. 일본에서는 보통 하가시(はがし)라고 부르는 도구입니다.
먹고 싶은 부분을 하가시로 살짝 누른 다음 몸 쪽으로 긁듯이 당기면 한입 크기로 붙어 나와요. 넓게 뜨려고 하면 잘 떨어지지 않으니 정말 조금씩 먹는 편이 편합니다.
철판에 눌렀다가 떼어 먹으면 바삭한 부분이 생기는데, 이게 은근히 중독성이 있어요. 다만 철판도 주걱도 뜨거우니 바로 입에 넣었다가는 입천장이 먼저 놀랄 수 있습니다. 잠깐 식혀서 드세요.

직접 굽는 게 부담스럽다면 직원에게 부탁해도 괜찮아요. 츠키시마 몬자 진흥회에서도 처음 온 손님은 직원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焼いてもらえますか?
야이테 모라에마스카?
“구워주실 수 있나요?”라는 뜻이에요. 한마디 해두면 괜히 철판 앞에서 서로 눈치 보는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고른 건 명란 몬자야키

저희가 먹은 메뉴는 명란이 듬뿍 들어간 몬자야키였어요. 명란이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해서 묽은 반죽과 잘 어울렸습니다. 처음에는 생김새가 낯설었는데, 먹다 보니 왜 철판에서 조금씩 긁어 먹는지 알겠더라고요.
촉촉한 부분을 먹다가 가장자리에 눌은 부분도 한입 먹고, 다시 부드러운 가운데를 떠먹는 식감의 차이가 재미있었어요. 한 번에 크게 떠먹는 음식과는 또 다른 맛이 있었습니다.
처음 몬자야키를 마주하면 저처럼 “이걸 어떻게 먹지?” 싶을 수 있습니다. 건더기를 먼저 볶고, 둑을 만든 다음, 반죽을 붓고 얇게 펴기. 표면이 보글거리면 가장자리부터 조금씩 먹기.
이 정도만 알고 가도 철판 앞에서 당황할 일은 많이 줄어들 거예요.
일본에서 어떤 라멘을 먹을지 고민된다면 일본 라멘 종류와 맛 차이, 야키니쿠 메뉴판이 어렵다면 일본 야키니쿠 소고기 부위별 명칭도 같이 보세요. 일본 음식 이름을 알고 가면 주문할 때 마음이 조금 편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