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돈키호테 군고구마를 좋아해서 겨울이면 빼먹지 않고 사 먹었어요. 2015년에 쓴 글에도 ‘목메지 않고 촉촉하다’고 적어 두었더라고요. 그때 먹었던 고구마의 품종은 모르지만, 제가 좋아했던 식감은 분명합니다.
일본에서 군고구마를 고를 때는 이름 옆의 식감 설명을 같이 보면 도움이 돼요. 촉촉하고 단 고구마를 찾는다면 베니하루카나 실크스위트, 포슬포슬한 쪽을 좋아한다면 베니아즈마부터 살펴볼 수 있습니다. 다만 같은 품종도 수확 뒤 얼마나 저장했는지, 어떻게 구웠는지에 따라 달라져요.

사진: Yamada06011270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단맛만큼 중요한 건 포슬포슬한지, 촉촉한지
군고구마는 일본어로 야키이모(焼き芋), 생고구마는 사쓰마이모(さつまいも)라고 해요. 매장에서 구워 놓은 군고구마를 살 때는 ‘焼き芋’라는 표시를 찾으면 돼요.
식감 설명에 나오는 호쿠호쿠(ほくほく)는 익은 속살이 포슬포슬하게 부서지는 느낌이에요. 한국에서 밤고구마를 좋아하는 분이 떠올릴 만한 식감입니다. 싯토리(しっとり)는 촉촉하고 부드러운 쪽, 넷토리(ねっとり)는 속살이 진득하게 붙는 쪽을 가리켜요.
이 세 단어는 단맛의 순위가 아니에요. 달면서 포슬포슬한 고구마도 있고, 촉촉하지만 진득하게 달라붙지는 않는 고구마도 있습니다. ‘가장 달다’는 말보다 내가 좋아하는 식감을 먼저 정해 두면 이름이 여러 개여도 고르기가 한결 수월해요.
베니하루카와 실크스위트, 둘 다 촉촉한 쪽이에요
베니하루카(べにはるか·紅はるか)는 단맛이 강하고 촉촉한 고구마예요. 저장 기간이 길어지면서 진득한 식감이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부드럽게 으깨지는 군고구마를 원한다면 먼저 찾아볼 만한 이름이에요.
실크스위트(シルクスイート)도 단맛이 강한 품종입니다. 촉촉한 속살과 매끄러운 혀끝의 느낌이 특징이에요. 두 품종 사이에서 어느 쪽이 더 달다고 고정해 고르기는 어렵습니다. 품종 이름으로 대략적인 식감을 보고, 판매하는 군고구마의 설명을 함께 읽는 쪽이 정확해요.
베니아즈마(ベニアズマ·紅あずま)는 포슬포슬한 계열로 알려져 있어요. 진득한 속살보다 부서지는 식감을 좋아한다면 이쪽을 고를 수 있습니다. 베니하루카와 이름이 비슷하지만, 뒤의 ‘하루카’와 ‘아즈마’를 구분해 보면 돼요.
고구마의 겉모습만으로 이 차이를 가려내기는 어려워요. 품종 이름이 적힌 표지가 있다면 껍질 색보다 그 이름을 먼저 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같은 이름인데도 먹을 때 다른 이유
고구마는 수확한 뒤 저장하는 동안 당분과 식감이 달라집니다. 베니하루카는 저장 조건과 기간에 따라 단맛이 강해지고 속살이 더 진득해지는 변화가 확인된 품종이에요. 갓 수확한 것과 충분히 저장한 것을 같은 이름만 보고 똑같이 기대하면 차이가 날 수 있어요.
굽는 과정도 한몫합니다. 고구마 속 전분이 가열되면서 효소의 작용으로 맥아당으로 바뀌기 때문에, 가열 조건에 따라 단맛이 달라져요. ‘숙성(熟成)’과 ‘갓 구움(焼きたて)’은 서로 다른 설명입니다. 앞의 말은 주로 수확 후 저장 과정을, 뒤의 말은 구운 뒤의 상태를 알려 줍니다.
베니하루카라고 해서 실크스위트보다 항상 더 단 건 아니에요. 두 품종 모두 저장하고 굽는 방법에 따라 단맛이 달라집니다.
품종 표시가 없을 때는 식감을 물어봐도 돼요
‘야키이모’라고만 적혀 있다면 “이건 촉촉한 쪽인가요?”라고 물을 수 있어요. 일본어로는 「これは、しっとり系ですか?」(고레와, 싯토리케이데스카?)라고 하면 됩니다. 품종 이름을 묻고 싶다면 「品種は何ですか?」(힌슈와 난데스카?), ‘품종이 무엇인가요?’라는 뜻이고요.
포슬포슬한 고구마를 찾는다면 「ほくほく系はありますか?」(호쿠호쿠케이와 아리마스카?)라고 물어볼 수 있어요. 한 종류만 팔고 있다면 그 고구마가 촉촉한지, 포슬포슬한지 물어보면 돼요.
저는 예전에 먹었던 돈키호테 군고구마처럼 목메지 않고 촉촉한 쪽을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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